■ 인터뷰
“올해는 끊어야지 아니라‘오늘’은 먹지말자 다짐을”
허근 소장 |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
“감기나 당뇨병처럼 신체 일부가 고장난 것과 달리 알코올중독은 신체적·정신적, 나아가서는 영적인 부분까지 죽어간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엄청난 병을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보고 의료진에게 의지하면 될까요? 아니죠. 이 문제는 사회적인 차원에서 대안을 마련해 치료와 예방에 나서야합니다.”
한해 평균 1500명의 알코올중독자를 치료하는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 소장인 허근 신부에게 술독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할 방법에 대해 물었다. 답변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강력한 힘이 넘쳐났다.
허 신부는 “알코올중독자가 된 사람을 그 사람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로 바라볼 때 음주문화가 개선되고 올바르게 정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 신부의 말 속에서 알 수 없는 강력한 힘이 느껴졌던 건 아마도 본인 자신이 알코올중독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1998년 알코올중독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알코올중독자였다. 그런 그가 알코올 중독을 이겨낸 후 지금까지 13년간 알코올치료에 나서고 있다.
2012년엔 알코올중독을 주제로 박사 학위까지 받았으며 ‘해가 붉은 얼굴로 인사하네’ 등 알코올 관련 저서도 여러 권 집필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이 알코올중독에 빠져 있다며 전 국민이 알코올중독자에게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알코올과 관련된 절도, 강도, 폭력, 교통사고 같은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는데 2008년 국가적인 이슈가 됐던 경기도 안산의 조두순 사건이나
2010년 부산 여중생 성폭행살인사건 역시 술로 인한 성범죄였다는 것이다.
허 신부는 알코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역사회 내 고위험환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치료프로그램이 필요하고
음주취약계층으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에 대한 재정지원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알코올중독치료의 경우 정신상담에 대한 보험적용이 어려워 의료취약계층에 있는 이들은 치료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그는 또 국가와 사회가 앞장서서 잘못된 음주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며 가장 시급한 과제로 대학가의 음주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년 대학 신입생들이 술로 인해 죽음을 맞는 폭음문화와 술 권하는 문화를 없애기 위해서는 음주 관련법과 정책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허 신부가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그만의 ‘절주’ 혹은 ‘금주’비법은 무엇일까.
그는 “‘올해엔 내가 술을 끊어보겠다’라는 다짐보다는 ‘내가 오늘 하루만큼은 술을 먹지 않고 맑은 정신으로 보내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그 하루가 쌓여 일주일을 만들고 한 달을 만들게 될 것”이라며 본인만의 성공비법을 소개했다.
기사입력: 2013-01-18
경향신문-문화,건강 이보람 기자 boram@k-health.com